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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 그 무엇이든 난 길채면 돼...오늘 당신 안아도 될까?

by 쓸만한 집 2023. 11. 7.

 

청으로 끌려갔다가 돌아온 유길채는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 구원무에게 결국 이혼을 선언했다. 경은애가 떠나는 길채에게 찾아가 "안돼, 가지마"라고 만류했으나 길채는 단호했다.

 

 

 

"나 잘 살 거야"라며 길채는 "잘 살아서 날 목숨 걸고 살려준 사람한테 꼭 보답할 거야"라고 다짐했다. 이후 길채는 스스로 세상을 등지려던 여인을 구해주고, 굶주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밥을 주는 등 역경을 마주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장현은 각화와 활쏘기 내기를 하던 중 돌연 각화에게 활을 겨눴다. "뭐하는 거야?" 각화가 놀라 따지자 이장현은 "난 장사꾼이야. 갚아주는 사람이지. 돈을 벌게 해준 사람은 더 큰 돈으로, 손해를 입힌 놈에겐 더 큰 손해를 갚아주면서 살았어.

 

그러니 내게 화살을 쏜 사람에게도 갚아줘야지"라고 했다. 앞서 각화가 자신에게 활을 쐈던 것을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이장현은 분노에 가득찬 눈으로 각화에게 "사악하고, 이기적이고, 어리석은"이라며 "너 때문에"라고 원망했다.

 

하지만 이내 이장현은 "한데 이상하지. 너무 화가 나서 너무 많이 생각하게 된 건가"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각화는 "그말 무슨 뜻이야. 나한테 화가 났다는거야, 내 생각을 많이 했다는거야?"라고 캐물었다.

 

그런데 이때 주변을 지나가던 이들이 각화의 처지를 깔보며 흉봤고, 이장현도 각화의 숨은 사연을 듣게 됐다. 각화는 발끈했으나 이내 칼을 거뒀다. 그러더니 이장현에게 "왜 내가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됐다니까 너도 내가 만만해보여?"라며 "아직은 나한테 너 하나 죽여버릴 힘은 남아 있어"라고 발끈했다.

 

그러나 이장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전하, 제가 그간 전하 곁에 있었던 건, 전하가 두려워서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저들이 뭐라 떠들던 전하는 전하지요"라고 한 것. 각화가 "나는 나다? 사악하고 어리석고 이기적이다?"라고 하자 이장현은 "네. 그게 전하입니다. 어리석고 이기적이지만, 그래서…"라면서 말끝을 흐렸다. 각화는 "그래서?"라고 되물으며 이장현에게 다가가더니 입을 맞췄다. 이장현은 각화를 밀어냈으나, 각화는 "됐어. 듣고 싶지 않다"면서 "넌 예전에 날 밀어냈고, 오늘은 망설였지만, 언젠가는 내게 안길 거야"라고 예견했다.

 

 

 

이후 이장현은 조선으로 돌아왔고, 길채는 돌아온 이장현을 멀리서 발견했으나 아는 체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여전히 길채를 그리워하던 이장현은 곧 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길채의 안부를 가장 먼저 걱정했다. 길채를 찾은 건 량음이었다. 길채는 량음에게 이장현을 만나지 않겠다고 했으나 량음은 단호했다.

 

"이런 곳에서 지내는 걸 보이고 싶지는 않으시겠죠? 나리께서 마님 처지를 알아내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그러니 먼저 만나세요.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야 나리께서 완전히 단념합니다."

 

량음의 제안대로 길채는 곱게 차려입고 먼저 이장현에게 찾아갔다. 하지만 길채는 이장현 앞에서 거짓으로 임신한 척 연기했다. 길채는 이장현이 곧 청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장현의 사랑은 변함 없었다. 떡이 먹고 싶었다는 길채를 위해 동분서주해 떡을 구해온 모습은 이장현의 순수한 사랑 그 자체였다.

 

 

 

길채의 연기에 속은 이장현은 길채가 떠날 순간이 되자 "부탁 하나만 합시다"라면서 량음이 조선에 돌아온 기념으로 노래를 베풀 테니 길채에게 와줄 것을 부탁했다. "부탁이오. 내 마지막 부탁."

 

그리고 길채와 헤어진 이장현은 길채가 이혼을 당한 사실, 그리고 홀로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알고 말았다. 이장현은 길채가 슬퍼할 것을 염려해 길채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눈물을 삼켜야만 했다.

 

이후 이장현의 부탁대로 량음의 노래를 들으러 다시 이장현을 찾아온 길채. 그리고 길채는 이장현과 재차 헤어질 순간이 되자 "일전에 제가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제 남은 생은 나리께 폐를 끼치지 않겠다 했었죠. 그 약조를 지킬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그러니 나리께서도 모쪼록 평안하셔요"라고 한 뒤 돌아섰다.

 

 

 

하지만 이장현은 "언제까지 날 속일셈이요. 언제까지 날 속일 수 있을 것 같습니까"라고 했다. 이장현이 모든 진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길채는 황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저는 저대로 잘 삽니다.

 

그러니 불쌍해 하지도 가여워 하지도 마세요. 그것이 제가 원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장현은 "아니, 그리는 못해"라고 했다. 길채는 "그리 해주세요. 심양에서 전 나리 뜻대로 떠나 드렸지요. 이제 나리 차례입니다. 제발 못 본 척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장현은 길채를 자신의 품으로 껴안았으나, 길채는 이장현에게 다시 뒤돌아 서서 떠났다.

 

이윽고 량음이 길채를 만나 "너같은 여자 때문에 이장현이 슬퍼하는 게 싫어"라고 원망했다. 량음은 "넌 아무 자격도 없어. 이장현의 사랑을 받을 자격도"라며 "넌 이장현의 그 무엇도 가질 자격이 없어"라고 원망을 멈추지 않았다. 길채는 속으로 '네가 뭘 알아'라고 되뇌며 슬퍼했다.

 

이후 이장현을 독대한 량음은 "우리 그 여자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면 안될까?"라며 "우리는 너한테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물었다. 이장현은 "없긴. 량음아, 나는 널 위해 죽을 수도 있어"라고 했다.

 

 

 

그러더니 이장현은 "하지만, 이제 난 그 여자를 위해 살고 싶어. 그리고 이런 날 방해하는 사람은 누구든 다시는 보지 않아"라고 했다. 량음은 "그럼, 나도 같이 가. 그래 너는 그 여자를 위해 살아. 아우는 형님 가는 곳이 어디든 따라갈테니"라고 했다.

 

이장현은 길채를 만나러 갔다. 길채는 이장현으르 위해 밥을 지어줬다. "이렇게 마주하니 꼭 신랑, 각시가 된 기분이야. 이제 천년만년 이리 살면 되겠어." 이장현은 그러더니 "유길채, 이제 너와 나 사이에 가로막힌 게 아무 것도 없어. 그러니 나를 막을 사람도 없어"라고 단호한 결심을 밝혔다.

 

길채는 이장현을 떠나보내려고 "저는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더는 나리께 바라는 게 없어요"라고 했다. 그러자 이장현은 길채에게 "왜 이혼한 거요?"라고 물었다. 길채는 "나리도 제게 묻지 않았고, 저도 말씀드린 적 없지만, 전 심양에서…"라고 망설였다.

 

 

 

이에 이장현은 "말하고 싶으면 하시오. 난 상관 없소"라며 "아직도 날 모르겠소? 내 마음을 그리도 모릅니까. 난 그저 부인으로 족합니다. 가난한 길채, 돈 많은 길채, 발칙한 길채, 유순한 길채, 날 사랑하지 않는 길채, 날 사랑하는 길채. 그 무엇이든 난 길채면 돼"라고 했다.

 

그러자 길채가 "좋아요. 허면,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는?"이라고 물었다. 이장현은 답했다.

 

"안아줘야지. 괴로웠을테니"

 

그러면서 이장현은 "많이 아팠지? 많이 힘들었지? 다 끝났소. 이제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난 이제 당신 곁에 있을 거야. 당신이 날 밀어내도 난 여기, 당신이 내게 싫증내도 난 여기 있겠소. 당신을 처음 본 순간 알게 됐지. 난 단 한번도 그대 아닌 다른 사람 원한 적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당신 안아도 될까?"라고 물은 뒤 눈물과 함께 입을 맞췄다.

 

 

 

 

 

 

출처 - 연인